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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03 - 10분후 - 2003년도에 썼던 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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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후 - 2003년도에 썼던 글 ..2
우연히..
찾게되어 .. 다시 읽어본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다.
잊고 있었던 시간의 개념이 내게로 다가선다.
자신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시간이라는 흐름에서 자신이 여기 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다른곳도 아닌 바로 여기에..바로 이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줄기 가느다란 연기가 하늘로 길게 뻗어간다.
빨갛게 타오르는 담배의 끝에선
너무 말라버린 담뱃잎이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양..
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여 주머니의 라이터를 찾아든다.
담배에 이미 불은 붙어 있건만 습관적으로 라이터를 튕겨본다.
다시 시계를 들여다 본다.
늦었음일까? 가만히 고개를 저어본다.
'아니야'..
한모금 빨아들인 담배에..
폐속에 가득 안개가 펼쳐진다.
'후....' 길게 내뿜는 한숨에..
폐속에 가득찼던 안개가 한꺼번에 밀려나오면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고개를 들어본다.
비올것 같은 하늘이다.
비올것 같은 하늘...
문득 그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날도 그랬다. 그는 그렇게 비오는 날이면 전화를 걸었다.
'술 사라'..이 한마디만 하고 끊어버리는..
늘 같은 술집 같은 자리..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와 함께 했던 자리..
무언의 약속처럼 언제나 먼저 기다렸고
언제나 그는 반쯤 젖은 몸으로 나타났다.
항상 10분 늦던..
그래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하였다.
그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느껴보게 하리라고 마음먹고
늦게 갔건만 그는 역시나 10분 더 늦게 도착하였었다.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술을 함께 마시다
그는 자신의 시계를 풀어 건네주었다.
'뭐지?'..아무런 대답이 없다.
물끄러미 시계를 바라보았다.
'가져라'..그는 시원스레 한잔을 넘겼다.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자연스레 쥐어진 술잔을 비운다.
그렇게 헤어진후
비오는 날이 되어도 그는 연락이 없었다.
얼핏얼핏 이민을 가버렸다는 얘기가 들렸다.
언제나 존재하던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것처럼
그의 존재가 이렇게 커다란 부분이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몇년만에..다시.. 그 술집 그자리에 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손에 시계를 만져본다.
10분 후면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10분 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