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연히 찾게된 과거의 흔적들..
2003년..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썼군요.
그땐 이랬던 기억으로 글을 남겼었나 봅니다.
잠시 그때로 되돌아가 봅니다.
지금은 또다시.. 2012년..
예전엔 일기장을 열어봤었지만
과거로 가버린 10년전을 사라져버린 게시판에서 흔적을 찾게 되네요.
이것도 디지털시대의 의미인가요?
13년 전에 썼던 일기장을 우연하게 펼쳐보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 졸업무렵부터 대학교 입학해서 2개월때까지 썼던 일기장이더군요..
온통 후회뿐인... 일기장이라 부르기엔...
그냥 막써내린.. 글들...
내 생에 유일한 중3 방학때의 학원 수강증..
13년된 친구들...
처음 샀던 컴퓨터(XT : 아시나요?)..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라던 통지서...
내 인생의 중요한 기로였던 고3때의 고민들...
대학교 합격 통지서..
10년된 친구들...
생소하게 떠오르는 친구들...
그네들은 또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런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모임을 만들었었더군요..
기억에서조차 사라져 버린 모임...
마지막 모임이 언제였던지...
간만에 과거로의 회상을 떠날수 있었습니다.
포근한 마음을 느껴볼수 있었습니다.
바보같은 고민들과 후회뿐인 일기장이었지만
곳곳에 새겨진 친구들의 이름과
행복했던 단편들...
추석이 끝나면 일기를 써볼까 생각해 봅니다.
더욱 힘들겠지만...
10년뒤에 다시 내가 일기장을 펴봤을때..
오늘은 또 무슨일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될까요...
그때.. 친구들 모두 모여 함께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또 다시 서울에 가게 되면..
이 일기장은 제방 책상 모퉁이에서 먼지를 맞아가겠죠..
추억이란것은
먼지가 쌓일수록 그리움이 더욱 커져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금 쌓인 먼지를 쓸어내면... 그만큼 그 생활이 다시 내 마음속에 쌓이고..
태풍 매미가 올라온다합니다..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라는것은 욕심이겠죠?
중학교 시절 홍수나서 무릎까지 차는 물을 슬리퍼신고 집에 오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것도 추억이겠죠....
2003년 9월 12일..
글
- 10분후 - 2003년도에 썼던 글 ..2
우연히..
찾게되어 .. 다시 읽어본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다.
잊고 있었던 시간의 개념이 내게로 다가선다.
자신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시간이라는 흐름에서 자신이 여기 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다른곳도 아닌 바로 여기에..바로 이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줄기 가느다란 연기가 하늘로 길게 뻗어간다.
빨갛게 타오르는 담배의 끝에선
너무 말라버린 담뱃잎이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양..
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여 주머니의 라이터를 찾아든다.
담배에 이미 불은 붙어 있건만 습관적으로 라이터를 튕겨본다.
다시 시계를 들여다 본다.
늦었음일까? 가만히 고개를 저어본다.
'아니야'..
한모금 빨아들인 담배에..
폐속에 가득 안개가 펼쳐진다.
'후....' 길게 내뿜는 한숨에..
폐속에 가득찼던 안개가 한꺼번에 밀려나오면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고개를 들어본다.
비올것 같은 하늘이다.
비올것 같은 하늘...
문득 그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날도 그랬다. 그는 그렇게 비오는 날이면 전화를 걸었다.
'술 사라'..이 한마디만 하고 끊어버리는..
늘 같은 술집 같은 자리..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와 함께 했던 자리..
무언의 약속처럼 언제나 먼저 기다렸고
언제나 그는 반쯤 젖은 몸으로 나타났다.
항상 10분 늦던..
그래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하였다.
그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느껴보게 하리라고 마음먹고
늦게 갔건만 그는 역시나 10분 더 늦게 도착하였었다.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술을 함께 마시다
그는 자신의 시계를 풀어 건네주었다.
'뭐지?'..아무런 대답이 없다.
물끄러미 시계를 바라보았다.
'가져라'..그는 시원스레 한잔을 넘겼다.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자연스레 쥐어진 술잔을 비운다.
그렇게 헤어진후
비오는 날이 되어도 그는 연락이 없었다.
얼핏얼핏 이민을 가버렸다는 얘기가 들렸다.
언제나 존재하던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것처럼
그의 존재가 이렇게 커다란 부분이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몇년만에..다시.. 그 술집 그자리에 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손에 시계를 만져본다.
10분 후면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10분 후면....
글
- 커피 - 2003년도에 썼던 글들.. 1
우연히..
찾게된... 흔적들..
커피향이 무뎌진 내 후각을 깨운다.
내몸의 세포가 하나둘씩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무언가 커피의 향기가 잠잠하던 신경을 건드린 것이리라.
살짝 한모금 들이킨다..
'쓰다'..
씁쓸함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한모금 더 들이킨다.
얼음이 나의 입술에 부딪친다.
나의 목을 타고 차가운 커피가 흘러 내린다.
하나.. 둘..
잠잠하던 신경들이 서로 아우성이다.
조금이라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커피가 아래로 내려가는것과는 반대로
나의 머리로 차가운 감각이 밀려 올라온다.
시신경을 건드린다.
눈이 밝아진다.
그러나.. 잠시뿐....
다시 어두워지는 시선을 느끼며..
서둘러 입안가득 커피를 담는다.
한동안은..
졸음이 올것 같지 않다.
빈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느새 얼음이 녹아 버렸다는것을 깨닫는다.
무언가 허전하다...
빈 커피잔을 바라보는 것...
빈 커피잔에 얼음을 담아본다.
하나를 꺼내 살며시 깨물어 본다.
'우드득'
잘게 부서지는 느낌이 좋다.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좋다.
얼음 가득한 커피잔에 커피를 내린다.
얼음이 녹아 부딪힌다.
부드러운 빛을 내뿜으며
그렇게 커피잔은 내게 입술을 내밀고 있다.